나의 첫사랑

함혜경

📢본 영상은 티저영상으로 전체 작품은 전시 기간 중 청년예술청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나의 첫사랑

함혜경

2017 ㅣ Color ㅣ Single Channel ㅣ 11‘27“ㅣEdition 1/5



나는 단편적인 문장들을 메모해 놓은 뒤 그것 들을 퍼즐처럼 맞춰나가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서사 구조를 만들기보다는 나열된 기록들을 임의로 선택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내 작업은 내 마음을 움직인 사건과 그리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에게서 파생 된 것이다. 주제나 일종의 분위기, 그리고 캐릭터를 가지고 작업을 하지만, 쭉 이어져 나가는 플롯은 없다.

 

작품의 주제가 한눈에 읽히지도 않고, 지극히 개인적인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나의 작업은, 이 둘 중 어느 것도 반기지 않는 요즘 미술계에서, 그럼에도 여전히 스토리의 단순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 작업 <나의 첫사랑, 2017>은 2017년에 있었던 두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업이다. 전시가 열린 장소는 시내의 변두리에 위치한 상가건물의 1층 윈도우 갤러리였다. 전시장 주변으로는 고가도로와 제철소, 장사가 잘 되는 않는 상점들 그리고 홍등가가 자리하고 있다. 이 장소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나는 전시장을 간이 숙소 형태로 만들었다. 비디오 속 인물이 살았을지도 모를 공간을 재현해보고 싶어 갤러리 전면의 유리창에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입한 미국의 어느 해변사진을 프린트하여 부착했다. 안쪽에는 블라인드를 달아 한낮의 햇빛을 조절했고, 관람용 의자대신 싱글 침대를 배치하고, 샤워커튼을 달고, 중고로 구입한 소형냉장고에는 맥주를 가득 채워 두었다. 관객들은 침대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 작업을 볼 수 있었다.

 

영상에는 한 남자가 해변가를 따라 걸으며 마주쳤을 풍경들이 단조롭게 보여 진다. 그러다 문득 사진처럼 선명하게 떠오른 과거의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처음으로 꿈꾸었던 성공, 애절했던 고백, 예상하지 못했던 제안 같은. 나의 작업은 실제의 경험이 픽션으로 보이도록 만들기도 하고, 허구의 이야기를 현실로 가져오기도 한다.

 

내 작업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내가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 그저 일어난 어떤 일에 관한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내가 만들어낸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잊고 있던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일상의 일들을 연결하는데 관심이 있는데,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마음속 그 정신적인 영역에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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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는 < 2020년 청년예술청 작품(미디어·영상) 구매사업 >을 통해 선정된 26점의 작품을 전시 및 상영하는 기획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