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젖은 땅과 아직 마르지 않은 땅

강지윤

📢본 영상은 티저영상으로 전체 작품은 전시 기간 중 청년예술청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젖은 땅과 아직 마르지 않은 땅

강지윤

2020 ㅣ Color/B&W ㅣVideo Installation ㅣ 8‘30“ ㅣ Edition 2/2 


<이미 젖은 땅과 아직 마르지 않은 땅>은 2채널(각 08:30) 영상 작업으로, 시인이자 소설가인 임솔아 님과 주고받은 메일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서신의 형식을 취한다. 편지에서 두 사람은 주시안과 반대말, 비의 경계를 화제로 경계의 모호함에 대한 사유를 공유한다.

챕터 1 ‘빨갛고 둥근 것‘에서는 주시안을 주제로, 보이는 것, 명확한 것, (살아)남는 것과, 보면서도 인지하지 않는 것, 누락되고 불명확한 것, 사라지는 것을 대비하며 이야기한다.

이 대립관계는 챕터 2 ‘손바닥 뒤집기’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반대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 챕터에서는, 우리가 흔히 쉽게 생각하는 반대말이 단지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생각할 수 없음을, ‘이쪽과 저쪽’의 경계는 명확하게 그을 수 없음을 말한다.

챕터 3 ‘이미 젖은 땅과 아직 마르지 않은 땅’은 챕터 2에서 내린 반대말의 정의, ‘마주보지만 나란하고’(2번째 파일 04:02)처럼, 마주본 세 명의 사람을 카메라가 차례로 훑으면서 나란한 모양으로 만든다. 또한 이 챕터는 화면의 좌우가 약간 각도와 시차를 두고 나누어져 있는데, 이는 챕터 1에서 이야기한 주시안을 떠올리게 한다. 비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던 대화는 ‘그건 사실 이어져있다고‘ 끝을 맺는데, 그 때 등장하는 두 손은 화면의 경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단단히 붙잡고 있다.

 

두 개의 영상은 양쪽을 동시에 관람할 수 없도록 등을 맞댄 채 설치된다. 마치 영상에 등장하는 이야기의 양쪽 눈, 한 쌍의 반대말, 젖은 땅과 마른 땅을 나누어 놓은 것 같다. 편지는 대화이면서 동시에 독백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설치 방식은 양쪽을 내밀하게 연결한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않은 채 메일로만 안부를 묻는 관계가 오히려 그 거리 때문에 더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그 세계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고립과 연결됨의 경계, 있음과 없음의 경계는 흐려진다. 이 설치 방식은 그 자체로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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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는 < 2020년 청년예술청 작품(미디어·영상) 구매사업 >을 통해 선정된 26점의 작품을 전시 및 상영하는 기획전시입니다.